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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에서 항공기 사고가 잇따르며 항공기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에서는 MRO 산업을 확대해 항공기의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항공 MRO 산업은 인프라 부족과 인건비 문제로 인해 대부분의 정비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MRO 산업이 사고를 줄이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항공기 사고, 안전 우려 확산
최근 몇 달 사이 국내외에서 항공기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승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제주항공 비행기의 기체 결함 사고를 시작으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미국 워싱턴DC에서 발생한 여객기 추락 사고까지 이어지며 항공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항공기 사고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정비의 적절성과 신뢰성이다. 항공기는 정기적으로 점검과 정비를 받아야 하며, 정비 품질이 떨어지면 기체 결함이나 엔진 고장 등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중정비는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수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LCC 항공기의 71.1%가 해외 정비를 맡기고 있으며, 그 비용만 50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해외 정비의 경우, 관리 감독이 어려운 만큼 정비 품질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따라서 항공기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MRO 산업을 육성하고, 보다 철저한 정비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MRO 산업의 현실과 과제
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산업은 항공기의 유지보수와 안전 운항을 책임지는 필수적인 산업이다. 단순한 정비뿐만 아니라 부품 수리, 성능 개선 개조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항공 MRO 산업은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자체적인 정비 시설을 보유한 항공사가 없다. 국내 8개 항공사 중 대한항공만이 독자적으로 MRO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최근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을 통해 산하 LCC까지 포함한 5개 항공사의 정비를 담당하게 됐다. 하지만 대한항공만으로는 국내 항공기 정비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LCC 항공사들은 여전히 해외 정비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항공기 안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국내 MRO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인건비와 정비사 부족 문제다. 항공 정비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고급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 국내 항공 정비사의 수는 5330명에 불과하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8.4% 감소한 수치로, 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 MRO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비사 양성, 정비 비용 절감, 인프라 구축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MRO 산업 육성이 안전 해법 될까?
항공기 안전성을 높이고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MRO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정부와 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항공 MRO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국내 정비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인천 영종도에 MRO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으며, 대한항공도 이 지역에 엔진 정비 공장을 설립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엔진 정비 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MRO 산업이 국내에서 활성화되면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국내 정비 품질이 높아지면 항공기 사고 발생율을 줄일 수 있다. 둘째, 해외 위탁 비용을 줄이고 국내 정비사 고용으로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극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세계 MRO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102조 원 규모이며 2032년까지 165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면 해외 시장 진출도 가능하다. 다만, 국내 MRO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건비 문제 해결과 숙련된 정비사 양성이 필수적이다. 한국항공대학교 허희영 총장은 “현재 국내 항공정비사 수가 부족하고, 자격증 취득자의 실무 역량이 부족해 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보다 체계적인 교육과 면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론
최근 증가하는 항공기 사고로 인해 항공기 정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항공 MRO 산업은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자체 정비가 어려운 구조다. 많은 항공사가 해외 정비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안전성과 품질 관리 측면에서도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현재 한국 정비사들의 처우가 매우 좋지 않다. 급여뿐만 아니라 워라벨과 사회적 시선도 좋지않다. 따라서 정비사들의 급여와 처우개선을 우선적으로 한 후 국내 항공 MRO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인프라를 확대하며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항공기 사고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대한항공이 추진 중인 MRO 클러스터 조성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국내 항공기 정비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항공기 안전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항공산업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항공업계, 교육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해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